자료실

[동아일보 2011_06_03] 홀몸노인들에 안마-침술 자원봉사 김광호씨, 장관 표창 받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653회 작성일 11-06-03 09:43

본문

[동아일보 2011_06_03] 홀몸노인들에 안마-침술 자원봉사 김광호씨, 장관 표창 받아

1307062024_0.780551.jpg13년 전 어느 날 아침, 김광호 씨(43)는 잠에서 깼지만 앞이 캄캄했다.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을 다시 감았다가 떠봐도 소용없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시력 상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광고회사에 다니던 그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살배기 딸아이의 얼굴을 더는 볼 수 없었다. 회사도 그만뒀다. 갑작스러운 장애에 그는 수없이 방황했다. 유일한 위안은 “비장애인일 때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아내의 말이었다. 1999년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간 그는 2001년부터 안마사 자격증을 따고 침술 공부를 시작했다. 2003년 안마사 일을 시작하며 그는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안마와 침술 봉사를 하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의 안마와 침술을 꺼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노인들은 정성스레 아픈 곳을 보듬는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2006년 2월 안마원을 연 뒤부터는 찾아가는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매주 금요일만 되면 주변 복지관을 찾아 15∼20명의 노인을 주무르고 침을 놓았다. 그는 노인들의 목소리를 한 번 들으면 잊지 않고 누군지 기억한다. 시력을 잃은 대신 밝은 귀와 뛰어난 기억력을 갖게 됐다. “할머니, 지난주에 쑤시던 허리는 좀 나아지셨어요”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그는 노인들에게 누구보다 뛰어난 명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별것 아닌 재능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쓸 수 있어 기쁘다”며 “봉사활동은 삶의 활력을 주고 더 큰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안 좋아서 밝고 어두움을 구별하는 게 전부다. 5년 전 태어난 늦둥이 아들의 얼굴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는 “힘닿는 데까지 봉사하며 살고 싶다”며 웃었다. 김 씨는 2일 우수 자원봉사자를 시상하는 ‘제10회 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를 비롯한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단체가 표창을 받았고 그들은 한목소리로 ‘봉사가 주는 즐거움’을 얘기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